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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m:Øriginal
어느 날 새벽, 곤히 감겨 있던 나의 눈이 갑자기 떠졌다. 눈이 떠지자마자 갑자기 떠올랐다. 이 세상에 단 한 명밖에 없는 러블리 앤젤, 아니 러블리 여신 아야세와 결혼하고 하루하루 바쁜 일상을 보내다보니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생각해보니 얼마 안 있으면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 기독교에서 신앙하는 예수님의 탄생일인데... 막상 예수님 탄생을 축하하는 건 소수 종교시설에 불과하고, 사실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연인들의 전환점이 되는 이벤트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크리스마스에 자신의 연인에게 어떤 이벤트를 해주냐에 따라 미래의 향방이 결정된다. “크리스마스라... 참 파란만장한 날이야.” 나는 이렇게 깨어있는데, 내 옆에 있는 아야세는 세상모르고 잘 자고 있었다. 그런데 얘가 잠버릇이 좀 ..
이 일은 나와 오빠가 결혼한 지 일주일도 채 안 된 시기에 있었던 일이다. 절실한 친구인 키리노의 친 오빠이자,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남자. 그 남자의 이름은 코우사카 쿄우스케. 지긋지긋한 호색한에, 어리숙한 바보에, 집요한 변태에, 중증 시스콤이면서... 시도 때도 없이 성희롱을 하며 날 화나게 만들지만... 그런 주제에 참견 쟁이고, 은근히 상냥하고, 별로 뚜렷한 특징도 없는 주제에 주변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한 몸에 받고... 나는 이 남자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언제나 그와 함께 있고 싶다 마음먹고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오빠와 나는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3인 가족이 살기에 적합한 연립빌라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방이라곤 현관과 연결된 부엌, 안방이나 비좁은 욕실이 전부였지만 나름대로..
일본의 여름은 뭐가 이리 더운지 모르겠구나.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 아내와 자식을 돌보면서 생계를 위해 이리뛰고 저리뛰니, 학교 다니던 시절에 피부로 느꼈던 여름과 지금 피부로 느끼는 여름의 차이가 확실히 느껴진다. 일본에서 여름이란 계절이 오면 생각나는 이벤트가 있다. 나의 천방지축 오타쿠 프로모델 여동생인 코우사카 키리노가 혈기를 불태울 수 있는 유일한 이벤트. 그리고 지극히 평범했던 나조차 한때 오타쿠로 타락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 이벤트. 여름 코믹 마켓이다. 키리노는 그 여름 코믹 마켓에 맞춰 휴가를 써서 고국으로 귀환했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 잠시 신세를 지고 있다. 뭐, 친가로 갈 수도 있는데 굳이 우리 집을 택한 건... 우리 집이 여름 코믹 마켓 회장과 가까워서란다. 전 세계 곳곳을 바쁘게..
우연히 플래그가 꽂혀버린 동생 녀석의 친구랑 만나 결혼하고 많은 시간이 흘렀다. 물론, 시간이 많이 흐른만큼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변화를 이루었다. 나는 언젠가 키리노의 친구 카나코가 말했던 것처럼 한 기업의 과장을 지내고 있다. 키리노의 절친이자 지금은 내 아내인 아야세는 모델직을 은퇴하고 평범한 전업주부가 되어 집안 살림을 열심히 꾸려나가고 있고, 키리노는 중학생 시절부터 해오던 모델 일의 범위를 넓혀 세계적인 프로모델로 데뷔했다. 성장한 키리노의 미모는 오빠인 내가 봐도 감탄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때마침 황금 연휴의 일요일을 맞이한 나는 일주일 동안 쌓인 피곤함을 전부 해소시키고자 전날부터 쭉 침대에 늘어져있었다. "오빠." 편안히 자고 있는 나를 누군가가 깨우려 한다. 이 집에서 나를 오빠라..